[기고] 『암호화폐, 그 이후』 전문가 리뷰②…암호화폐 거품은 이제 시작이다 | 코인긱스

[기고] 『암호화폐, 그 이후』 전문가 리뷰②…암호화폐 거품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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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암호화폐 거품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어느 날 메일함을 봤더니 호기심 가는 제목이 보였다. “강양구 기자님, 고맙습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메일을 열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보낸 메일이었다.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었다.

그 대학생은 고등학교 때 논술 잡지를 정기 구독했다. 우연히 그 잡지에 내가 쓴 글을 보고 비트코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2014년 2월). 그는 그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아르바이트한 돈을 조금씩 모아서 비트코인도 모으기 시작했다(2014년은 비트코인의 1차 거품이 꺼질 때였다).

나중에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같은 다른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조금씩 사 놓았다. 일다시피, 작년의 거품 시기에 그렇게 모아 놓은 암호화폐가 폭등했다. 덕분에 그는 나이에 맞지 않게 상당한 자산을 축적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제 학교를 휴학하고 1년 간 세계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틀 뒤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납니다. 오늘 짐을 싸다가 문득 강양구 기자님께 ‘고맙다’는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불쑥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여행 다녀와서 다시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암호화폐, 그 이후』(애덤 로스타인, 반비)를 읽으면서 계속 이 일화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설렜다.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눈앞에서 바로 확인한 느낌이랄까? 기분도 좋았다. 그런 세상의 변화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더구나 그렇게 세상 변화의 한 중심에 선 저 학생은 ‘헬조선’과 ‘흙수저’의 저주가 난무하는 이 땅에서 돈도 벌었다.

시민을 위한 암호화폐 가이드

『암호화폐, 그 이후』는 영국의 과학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의 ‘인스턴트 엑스퍼트’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알다시피, 영국에 <네이처>, 미국에 <사이언스>가 있듯이 과학 교양 잡지로는 영국에 <뉴 사이언티스트>, 미국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뉴 사이언티스트>를 한 수 위로 친다.

바로 이 <뉴 사이언티스트>에서 교양 있는 시민이라면 꼭 알라야 할 과학 기술의 중요한 쟁점을 골라서 최고의 전문가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 바로 ‘인스턴트 엑스퍼트’ 시리즈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암호화폐’를 바로 그런 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고, 이 책은 암호화폐 거품이 시작되기 직전인 작년 4월에 원서가 나왔다.

이 책의 장점을 딱 두 개만 꼽으라면 ‘친절’과 ‘재미’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의 중요한 암호 화폐나 블록체인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암호화폐, 그 이후』만큼 ‘친절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지 못했다. 제목에는 ‘그 이후’가 들어갔지만, 암호화폐를 접하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다. 나라면 한국어판 제목을 ‘시민을 위한 암호화폐 가이드’로 지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개발자(프로그래머) 직장동료 가운데 뒤늦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었다. 책을 몇 권 추천해 달라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암호화폐, 그 이후』를 권했다. 일단 이 책부터 시작해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필수 교양을 쌓고 나서 자신이 좀 더 알고 싶은 영역으로 가지치기를 하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암호화폐, 그 이후』를 여기저기 권한 속내도 따로 있다. 이 책은 초반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도대체 어떤 맥락 속에서 등장했는지 역시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 대목의 주인공은 ‘해커’와 ‘스파이’고 무대는 ‘다크 웹’과 같은 국가와 기업이 통제하지 못하는 인터넷의 숨은 영역이다.

1969년 미국 국방성 산하 연구소에서 시작한 인터넷을 놓고서 수십 년간 군대-기업-권력과 일군의 반골 기질의 해커-시민 사이에는 험난한 힘겨루기가 있었다. 그 결과 권력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크 웹과 같은 반체제 운동과 추악한 범죄가 기묘하게 동거하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바로 그곳에서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새로운 암호 화폐의 아이디어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암호화폐 거품을 놓고서 논란이 많았다. 그 와중에 평소 ‘자유주의자’ 흉내를 내던 어떤 유명인사는 암호화폐를 “도박”, “바다 이야기”, 세상 물정 특히 경제는 더욱더 모르는 “공돌이가 만든 장난감”이라고 비하하고 모욕했다.

만약 그 유명인사나 혹은 한때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열정이 있었던 이들이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암호화폐 역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여러 사람의 열정이 갈무리되어 나온 또 다른 공공 자산임을 알았으리라. 새로운 것에는 눈귀 닫은 고루한 기득권이 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토론의 격도 한참 높아졌을 텐데…….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힘겨루기

이제 거품이 꺼진 마당에 도대체 이런 책을 읽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이제야 걸음마다. 1969년 11월,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50년 뒤에 인터넷이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찬가지다. 세계 곳곳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수많은 토론과 새로운 기획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몇몇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가능성을 제안할 것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그 가능성에 어떤 가치를 가진 집단이 진지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이게 바로 테크놀로지와 사회의 상호 작용이다!).

일단 신호는 낙관적이지 않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열망을 가진 쪽에서 암호화폐를 “폰지 사기”, “신종 도박”, 블록체인을 “공돌이의 장난감”, “기술 신화”라고 폄훼한다. 반면에 이미 수중에 돈이 넘쳐나고 그 돈으로 더욱더 세상의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려는 국가나 기업은 발 빠르게 이 기술을 자기 뜻대로 주조하려고 주물럭거리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가능하게 할 세상의 변화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시민이 조금만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면‘자본’과 ‘감시’가 두 축인 인터넷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평범한 시민 여럿이 자신이 가치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투여한다면 이 테크놀로지의 미래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나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관심을 두고 공부도 하고, 심지어 그 가능성을 소개하는 글도 여러 편 썼음에도 정작 사서 모을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 버는 데는 젬병인데 어딜 가겠나.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은 암호화폐 거품이 꺼진 것이 아니라 거품을 꾹꾹 눌러 놓은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도 10년도 채 안 된 이 테크놀로지의 역사를 염두에 두면 초기의 진통일 뿐이다. 장담컨대, 거품도 다시 오고, 깜짝 놀랄 만한 변화도 생긴다. ‘눈 뜬 자’들은 몇 년 후에 다시 이 글을 기억하며 웃을 것이고, ‘눈 감은 자’들은 후회하겠지. 그나저나 그때 그 유명인사는 또 뭐라고 자기변명을 늘어놓을지 기대된다.

강양구

코리아메디케어 부사장 겸 콘텐츠본부장. 2003년부터 2017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했다.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의혹을 최초 보도했고 제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과학수다 1, 2』(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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